|
|
|
 |
현위치 > 고제희학회장소개 >고제희 언론인터뷰 |
|
|
|
 |
|
| 시사저널 2004. 7.11 |
|
|
|
신행정수도 풍수 무시 (소종섭 기자)
신행정수도에 ‘풍수’는 없다
4개 후보지 모두 ‘기본’인 배산임수도 갖추지 못해
좌청룡 우백호 형세인 천안 일대가 ‘그나마 나은 편’
어느 곳이 행정수도 최종 후보지가 될 것인가. 국민투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후보지 네 곳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신행정수도 건설추진위원회(추진위)는 7월 초 최종 후보지를 발표할 계획이다.
주목되는 것은 최종 후보지를 선정하는 데 풍수적인 요소가 고려된다는 점이다. 평가위원 81명은 인구 분산 효과, 도로 접근성, 생태계 보전 등 20개 항목에 걸쳐 후보지들을 집중적으로 검증하는데, 이 가운데 들어 있는 ‘배산임수(背山臨水)’라는 항목이 바로 풍수 요소이다. 20개 항목 가운데 가중치가 1.12로 가장 낮지만, 풍수적인 평가가 국민들에게 미치는 심리적인 체감 지수는 가중치보다 훨씬 높다.
<시사저널>은 신행정수도건설기획단 자문위원을 지낸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 이사장과 함께 후보지들을 둘러보았다. 지난해 8월5일부터 올 4월15일까지 자문위원을 지낸 고이사장은 당시 자문위원 50명 가운데 유일한 풍수지리 전문가였다. 그는 KBS 라디오와 EBS에서 풍수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중앙문화센터 강사와 수원대 풍수지리학과 겸임교수를 역임하는 등 이론은 물론 현장에 정통한 풍수가로 평가되고 있다.
고이사장은 과거 도읍터들을 분석하고 역대 자료들을 섭렵해서 추출한 다섯 가지 분석틀로 후보지들을 평가했다. △전통적인 명당 개념인 배산임수(背山臨水) 형국인가 △외적을 막는 데 적합한 험준한 산이나 깊은 강이 있는 산하금대(山河襟帶) 조건을 갖추었나 △국운이 번창하는, 생기가 왕성한 곳인가 △주된 기관이 들어설곳에, 양기(陽氣)를 보호할 진산(鎭山)은 있는가 △진산을 기준으로 본 후보지의 길흉은 어떤가 등이다.
고이사장은 ‘수도’와 관련지어 본다면 후보지 네 곳 모두 풍수적으로 좋은 편이 아니지만, 굳이 나은 곳을 택한다면 충남 천안 일대라고 말했다. 배산임수 조건이 취약하기는 하지만 좌청룡 우백호 형세를 갖추는 등 상대적으로 약점이 덜하다는 것이다.
충북 음성군·진천군 일대
후보지 가운데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다. 충북 청주에서 북쪽으로 20km 지점이고 청주국제공항과는 15km 거리이다.
고이사장은 “동서는 막히고 남북이 트인 터로 배산임수와는 거리가 멀다”라고 말했다. 남북이 트였기 때문에 당연히 ‘방어’ 기능이 취약하다. 이곳은 또 동쪽보다는 서쪽의 산들이 높은데 풍수에서는 이를 큰 부자가 되지 못하는 형국이라고 본다. 한천천이 미호천과 만나 후보지 가운데를 곧게 흘러 빠져나가는 것도 풍수적으로 좋지 않다. 수도와 관련지어 본다면 패절지지(敗絶之地·대가 끊어질 자리)에 해당하기 때문에 적합하지 않다.
그렇다면 지맥을 타고 흘러 물을 만나 응집하는 생기(生氣)는 왕성할까. 풍수에서는 물이 흘러가는 형세가 좋아야 생기 또한 왕성하게 모이는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곳은 기를 오므려줄 산도 없고 생기를 강화시켜 줄 ‘큰 물’(外水)도 없다. 이곳처럼 물길이 Y자형으로 흘러 빠지는 것을 풍수에서는 화성수(火星水)라고 부른다. 재산이 모이지 않는 터라는 것이다. 고이사장은 “북서풍이 세차게 불어와 오히려 생기가 달아나는 형국이다”라고 말했다.
함박산(390m)을 진산으로 도시를 건설하면 서향이 되지만 안산(案山·주산과 가까이 있어 책상과 같은 역할을 하는 산)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생기 공급이 약한 것도 단점이다. 남북으로 펼쳐진 들판으로 인해 좌청룡 우백호도 형성되지 않았다.
충남 천안시 일대
경부고속도로가 한가운데를 동서로 꿰뚫고 있다. 천안과 6km, 청주와 13km 거리이다. 경부고속철도·호남고속도로도 가깝다.
북서쪽에 있는 흑성산(519m)에서 남동쪽으로 흐른 지맥(地脈)이 백운산(240m)을 거쳐 세성산(218m)으로 솟았기 때문에 진산(鎭山)은 세성산이다. 세성산 정상에 올라 보니 북으로 독립기념관에서, 남으로 상록리조트까지 후보지 일대가 한눈에 들어왔다. 낮은 구릉들이 이어져 있어 개발하기는 어렵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고이사장은 “산방천과 병천천 등이 모여 한 곳으로 흐르긴 하지만 물이 매우 적어 국가의 도읍지가 들어설 정도로 생기가 왕성한 곳은 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북쪽이 허하고 남쪽은 높은 봉우리들이 가로막아 선 북저남고(北低南高) 지형으로 배산임수도 취약하다.
충남 연기군·공주시 일대
대전과 청주에서 10km 지역에 위치했고, 후보지 가운데 국토의 중심에 가장 가깝다. 북쪽만 뚫려 있고 삼면이 산에 가려 있다.
고이사장은 “북서풍이 세차게 불어올 터로 배산임수 조건을 갖추지 못했고, 앞이 높고 뒤가 낮은 이런 땅을 풍수적으로는 후손이 많지 않은 땅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북쪽은 방어가 취약하고 남쪽은 험한 산과 깊은 강(금강)이 있어 마치 배수의 진을 친 형국이다. 풍수에서 물은 재물을 상징하는데 이곳처럼 들어오는 물이 짧고 흘러가는 물이 멀리 보이는 곳은 재물이 빠져 나가는 경우가 많다.
도시 축을 남향으로 한다면 전월산(200m)이 진산이 되는데, 현장에 가보니 전월산 바로 앞에 금강이 흐르고 있었다. 핵심 기관이 들어설 만한 공간이 전혀 없었다. 풍수적으로 진산이 없는 형국이다. 좌청룡 우백호도 갖추지 못했다. 전월산 북쪽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추진했던 ‘백지계획’에서 진산으로 삼았던 국사봉(213m)이 있는데, 국사봉은 후보지에 들어 있지 않다. 고이사장은 “영역을 조정해 국사봉을 진산으로 삼는다면 풍수적으로 좋다”라고 말했다.
충남 공주시·논산시 일대
계룡산(829m)과 노성산(315m)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으로 남쪽이 넓게 트였다. 대전에서 서쪽으로 13km 떨어진 지역이다.
고이사장은 “산과 물이 어긋나고 있다. 큰 산에는 큰 물이 있어야 하는데 큰 물인 금강은 부여 쪽으로 흘러가고 있어 생기가 흩어진다”라고 말했다. 동쪽 계룡산에서 발원한 노성천이 노성산 앞을 지나며 남쪽으로 흘러가는데 좌우에서 기를 오므려주는 산이 없다. 노성산 능선은 둥근 형국인데 풍수에서는 이를 재물운은 있으나 관운은 없는 것으로 본다. 작은 산들이 이어져 있어 진산으로 삼기에는 약해 보였다. 노성산에서 앞을 바라보니 중간에 너른 들은 있으나 계룡산이 막고 있어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고이사장은 “만약 암반이 드러난 계룡산을 진산으로 삼는다면 국운이 험난해지는 등 마땅히 진산으로 삼을 산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곳은 생기가 응집하지 못해 가난해지는 터라고 그는 분석했다.
“자문위원 맡기더니 자문 않더라”
고제희 이사장 인터뷰/“충북 청원군 가덕·남일면 일대가 최적지”
풍수란 무엇인가?
바람과 물의 순환 이치, 땅의 형성 과정과 지질적인 여건을 연구해 인간이 자연 속에서 좀더 건강하고 편안하게 살 터를 구하는 지리관이며, 경험 과학적 학문이다.
수도를 옮길 만큼 서울의 기가 쇠했나?
서울은 주변에 산이 많아 풍수에서는 양의 기운이 강한 곳으로 본다. 그래서 예로부터 높은 집을 짓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 근대에 들어 높은 빌딩이 속속 들어서며 양의 기운이 더욱 강해졌다. 음양이 조화되어야 발복하기 때문에 양의 기운이 강해지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
현재 후보지 중 한 곳으로 수도를 옮기면 국운이 상승하나?
풍수적으로 보았을 때 현재 후보지는 동북아 경제중심,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 등의 국가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터다.
후보지 주민들이 언짢아 할 것 같다.
수도, 도읍지 관점에서 터를 살펴본 것이다.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
풍수 관점에서 후보지로 좋은 곳은 어딘가?
충북 청원군 가덕면과 남일면 일대다. 왜 현재 후보지들을 선정했는지 풍수 관점에서는 이해가 안 된다.
후보지들을 정할 때 고이사장이 풍수 자문에 응한 것 아닌가?
풍수 자문을 해달라고 해 자문위원을 맡았는데 그런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
왜 풍수 요소가 중요하다고 보나?
국가의 수도를 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야 하고, 무엇보다 정서적으로 국민적인 합의를 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종섭 기자
후보지 4곳, 컴퓨터가 ‘낙점’했다
선정 기준에 따라 4개 후보지 ‘자동 도출’…풍수는 고려 안해
왜 네 곳일까. 지난 6월15일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추진위)가 신행정수도 후보지들을 발표하자 이런 의문이 제기되었다. 한나라당에서는 ‘음모설’까지 나왔다. 정치적인 효과를 노려 한두 곳을 들러리로 끼워넣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지난 6월16일 기자들과 만나 “어떤 과정을 거쳐 후보지를 선정했는지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행정수도 후보지 네 곳은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선정한 것일까. 추진위가 낸 자료에는 ‘국토연구원 등 4개 국책연구기관으로 구성한 평가지원단이 후보지 선정 기준에 따라 후보지안을 마련하고 추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선정했다’고 나와 있다. 충청권 전역을 대상으로 균형 발전성·개발 가능성·보전 필요성 등 3대 기준에 부합하고 50만명을 수용할 땅 2천3백만평이 있는 곳 가운데, 그 땅의 50% 이상이 개발 가능한 곳을 후보지로 정했다는 것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추진위가 용역을 주어 평가지원단이 구체적인 지역을 선정했다. 논란이 일 가능성을 차단하고 객관적으로 후보지들을 선정하기 위해 우리는 후보지 선정 과정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평가지원단에는 국토연구원(간사)·교통개발연구원·환경정책평가원·한국개발원이 참여했다.
“졸속 선정 주장은 잘못”
‘후보지 선정 총괄팀장’인 국토연구원 서태성 박사에 따르면, 후보지를 선정한 것은 국토연구원 컴퓨터다. 평가지원단은 지난해 4월 추진위로부터 ‘신행정수도 입지 선정 및 평가 기준 연구’ 용역을 받고 해외 사례와 박정희 대통령 때의 행정수도 이전 계획인 ‘백지계획’(상자 기사 참조)을 참고해 지난 3월까지 후보지 선정·평가 기준을 만들었다. 이 과정까지는 평가지원단과 추진위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댔다.
평가지원단이 본격적으로 후보지 선정 작업에 들어간 것은 지난 4월 중순이다. ‘신행정수도 후보지 선정 및 평가 관리 연구’ 용역을 맡은 것과 시기가 같다. 실무를 맡았던 국토연구원 박세훈 박사는 “후보지는 선정 기준과 긴밀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기간만 보고 2개월 만에 졸속으로 후보지를 선정했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라고 말했다. 실제 선정 작업을 하기 시작한 것은 올 4월부터지만 네 후보지는 이미 설정된 기준에 따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자동으로 도출되었다는 것이다.
서태성 박사는 선정 지역의 경계선을 설정하는 것을 제외한 작업들은 전부 컴퓨터를 활용해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다른 ‘장난’이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후보지는 6월15일 발표되었지만 평가지원단 내부에서 선정 작업이 완료된 것은 6월 초였다.
시·도 기획관리실장 등으로 태스크포스 구성
후보지 네 곳을 선정하는 작업에 참여한 평가지원단 핵심 인력은 20명, 관련자까지 포함하면 80명 정도 된다. 물론 이들은 현지도 답사했다. 적게는 대여섯 차례, 많게는 수십 차례 다녀온 사람도 있다. 서태성 팀장의 경우 헬기를 타고 비밀리에 여러 차례 현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시·도 기획관리실장과 관계 부처 국장들이 참여한 태스크포스가 가동되었다는 것도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사안이다.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합동으로 지난해 4월 구성한 ‘신행정수도 조사단’ 40여 명은 아예 충청권으로 발령받았다. 이들은 현지에 상주하며 건축물 숫자와 인구, 지질 형태 등을 정밀하게 조사했다. 평가지원단은 외국 인공위성이 찍은 충청권 일대의 영상을 입수해 가로 30cm, 세로 30cm 단위로 토지 특성을 정밀 분석하기도 했다.
풍수적인 요소도 고려했다” 라는 이춘희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 부단장의 말과 달리 네 곳 후보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풍수적인 요소는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추진위 기획단의 한 관계자는 “선정 기준에 특별히 풍수와 관련한 내용이 없었다”라고 말했고, 국토연구원 박세훈 박사는 “네 후보지를 선정하는 데 풍수적 요소는 고려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