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해오던 일을 과감히 던져버리고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인생(人生) 대반전(大反轉). 얼마나 힘들고 장한일인가. '파이낸셜 뉴스'는 카멜레온처럼 변신에 성공한 인물들을 찾아 그들의 인생 되바꾸기에 얽힌 일화를 소개한다.
'풍수(風水)' 고제희(高濟熙·42·대동풍수지리연구원장)씨는 몇 년 전만해도 국내 굴지의 기업인 삼성에 다니는 샐러리맨이었다.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고 씨는 84년 삼성에 입사해 14년간 남들이 부러워하는 '삼성맨'으로 우리 문화재를 손으로 만진다는 생각에 자부심도 대단했다. 그는 회사생활의 각박함을 달래기 위해 바쁜 회사생활 틈틈이 주말이면 카메라를 어깨에 둘러메고 전국의 산하(山河)를 답사하는 '방랑객'이 되었다.
그가 답사하는 장소도 독특했다. 남들은 거의 돌아보지도 않는 성현들의 묘지와 선비의 기상이 서려있는 정자를 돌며 현판에 쓰인 한시(漢詩)를 가슴에 한수 한수 되새겼다. 이렇게 시작한 '취미생활'이 오늘의 '풍수'가 되기 위한 준비작업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풍수와의 인연은 주말마다 찾아다닌 묘지기행에서 비롯됐다. 지난 93년 묘지기행을 떠나면서 틈틈히 시중에 나와 있는 풍수관련서 30여권을 꼼꼼히 탐독했따. 그러나 조상의 지혜가 담긴 풍수가 심오해서인지 그 원리를 확연히 깨칠 수는 없었다. 그러던 중 고 씨가 지난 97년 펴낸 '한국의 묘지기행'(전3권)을 보고 찾아온 풍수 박종득(朴鍾得·69)씨가
"풍수를 한번 공부해볼 생각이 없는가" 고 제의를 해왔다.
"공부할만한 마땅한 장소가 없어 식당 이곳 저곳을 떠돌며 패철(佩鐵)을 사용하는 방법을 배웠어요. 박 선생의 가르침에 의해 까마득하기만 하던 풍수의 원리가 머리 속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더군요."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우리나를 덮친 IMF사태가 그의 진로르 바꿔놓았다.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공예의 현대화를 위해 끊임없이 투자해오던 삼성문화재단이 지원을 중단하고 대부분의 직원을 삼성계열사로 전출시킨 것. 삼성생명으로 자리를 옮겨 7개월동안 근무하던 고 씨는 보험영업이 적성에 맞지 않아 98년 7월 퇴직, 풍수의 길로 들어섰다.
"한가정의 가장으로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처음에 눈 앞이 캄캄했어요. 그동안 저축해오던 돈을 까먹으면서 풍수공부에 몰두했어요. 한글세대를 겨냥해 '쉽게하는 풍수공부'를 2개월에 걸쳐 집필하고 출간했는데, 예상보다 반응이 좋았어요."그가 풍수의 길로 들선 후 책을 먼저 출간한 동기는 음양오행론에 바탕을 두고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경험과학이자 자연과학인 풍수가 한낱 미신으로 취급되는 것에 대히 답하기 위해서였다.
"풍수가 깊에 빠져들수록 명당에다 묘를 쓰면 과연 후손들이 발복을 하느지가 궁금했지요. 그러나 명당의 후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조사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대신에 전국의 수령이 100∼500년 된 노거수(老巨樹) 140여 그루를 조사했습니다. 세월의 무게를 견뎌낸 거목이 자라는 곳이 바로 혈이 맺힌 명당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회사에서는 하나하나의 성과가 월급으로 보상을 받긴 하지만 성과가 결국 회사로 귀속되고 말아요. 풍수의 길로 들어선 지난 2년간 정신없이 뛰어다니다 보니 생활도 안정되고 풍수를 배우려는 젊은 제자들도 늘어나고 있어 직업을 참 잘 바꾸었다고 생각해요." 고 씨는 '살아가다 이게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면 하루빨리 자기 적성에 맞춰 인생 되바꾸기를 시도해보라고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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