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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996년 2월 23일자 인터뷰 기사
목숨처럼 문화재 지킨 先覺들 이야기(禹泰榮 기자)

작가에겐 써내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는 절박함이 배어 있다.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월급쟁이가 어느날 장편소설을 썼다면 그의 인생 어딘가에도 남들과 다른 절박감이 잠복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최근 『문화재비화(돌베개 刊)』라는 장편 실록 소설을 발표한 高濟熙씨(38·호암미술관 과장)는 그 절박함을 『인생의 기쁨을 찾아야 한다는 인간적인 충동이었다』라고 말했다.
대학(성균관대 경영학과)을 나온 高씨는 84년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일하고 싶어하는 직장인 삼성에 입사했다. 그는 삼성항공과 삼성전자 등의 관리파트만을 담당한 엘리트 샐러리맨이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삼성이 신경영 방식을 채택하지 않았을 때였어요. 매일 밤 10시 넘어서까지 회사에게 일했습니다. 회사생활 10년이 지나자 자신의 삶의 방식에 대한 회의가 찾아들더군요. 개인적으로 삶에 기쁨을 줄만한 그 무엇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高과장은 취미인 漢詩를 활용키로 했다. 틈나면 직접 차를 몰고 전국의 정자를 돌며 현판에 새겨진 한시를 수집했다. 그 다음엔 성현들의 묘를 찾아나섰다. 그리고 그 정확한 위치와 碑文등을 모아 정리했다. 高과정은 이 취미생활에서 즐거움을 느꼈다. 사라져 가는 유물들을 대하면서 보존의 필요성도 절감했다.
高씨는 93년 12월 회사측의 배려로 호암미술관 소장품 관리팀 과장으로 자리르 옮겼다. 이 곳에서 일하면서 그는 호암미술관에 값진 유물들을 넘긴 김동현씨를 알게 됐다. 김씨는 일 제 때부터 우리 나라의 고미술품들을 수집하고 문화재를 지켜낸 선각자. 김씨는 탐욕스런 일본인 수집가들로부터 통일신라시태의 금동여래입상, 고구려시대의 금동미륵반가사유상 등 값으로 따질 수 없을 정도로 귀중한 문화재들을 지켜냈다.
高과장은 김씨의 인생을 대하면서 『이 세상에는 돈보다 귀중한 것들이 있으며 이러한 것들을 지켜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록으로 나며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10년간 원가 계산만 해온 高과장이었기에 김씨처럼 돈의 유혹을 뿌리치고 문화재를 지킨 선 각자들의 노력이 더욱 제대로 평가받았을 법 하다. 高과장은 또 『사람들이 문화재를 감상 할 때 그냥 스쳐 지나가듯이 할 게 아니라 이를 지켜낸 김씨같은 선현들을 기억하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김씨의 인생을 뼈대로 사람들이 읽기 쉽도록 문화재를 지켜낸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를 소설 형식으로 엮어 낸 것. 상하 두권으로 펴낸 소설 「문화재비화」는 침략과 약탈로 얼룩진 수난의 역사 속에서 문화재를 지키는 일에 생애를 바친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목숨처럼 사랑한 국보급 문화재들에 얽힌 뒷이야기다. 高과장은 『문화재를 지켜내는 일은 우리 땅을 지키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문화재는 곧 國土』라고 단언했다.
삶의 기쁨을 찾아 망망한 古文化의 대해를 떠다니던 高과장은 마침내 문화재의 신천지에 닻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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