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시 B사의 사업장은 토생금(土生金)의 명당으로 왕기가 서린 땅이다. 하지만 L동 신축 건물 부지는 예전 의류공장 폐기물 처리장이 있던 곳이어서 지기가 많이 쇠약해져 있다. 전통적으로 집은 온전한 터에 지어야 하고，문제가 있는 땅은 훼손된 지기를 복원하는 비책을 쓴 다음 이용해야 한다.
사람은 산천의 정기를 받고 태어나는 까닭에 훌륭한 인물이 탄생하려면 집터의 지기가 손상돼서는 안 된다. 따라서 흙을 파내고 땅을 고른 뒤 집을 짓기보다 땅의 경사도에 맞춰 단을 깎고，단면에는 돌계단이나 대를 높여서 층차감 있게 집을 지어왔다. 땅을 깊게 파냄으로써 훼손된 지기는 지하 맨 바닥에 석자(90㎝) 정도로 고운 흙을 깐 다음,그 위에 콘크리트를 타설해 복원할 수 있다. 이것은 상처를 입어 지기가 허약한 땅을 치료해 지덕을 발동시키는 풍수 최고의 비책이다.
왜 그럴까.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선산에 장사를 지낼 때 묘를 쓸 장소에서 바위나 돌이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럴 때 다른 대안이 없으면 외부에서 고운 흙을 가져와 구덩이를 다져 메우고 그 위에 시신을 안장한다. 지기가 허약한 곳에 흙을 보태면 어느 정도 지기를 보완할 수 있다.
주택 부지로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터가 있다. 풍수에서는 보이고 느껴지는 살(殺)만 흉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흉살도 따진다. 도살장과 교도소 부근의 땅은 주택지로 적합하지 않다. 감옥에는 희망보다는 후회의 한숨이 짙게 깔려 있게 마련이다. 하루에 수백 마리의 소와 돼지가 죽임을 당하는 도살장은 비록 말은 못하는 미물이지만 죽음을 맞는 공포와 고통의 기가 주변에까지 널리 퍼진다.
마찬가지로 구제역 때문에 살처분된 소와 돼지의 매몰지도 지기가 매우 흉해졌을 땅이다. 근처 땅을 쓰려면 가엾은 짐승을 달래주는 조그마한 동물위령비를 세워야 한다. 그리고 느티나무와 같이 큰 나무를 매몰지에 심으면 구천을 떠돌던 억울한 영혼들이 땅에서의 원한을 던지고 하늘로 승천한다는 말이 있다. 큰 나무가 깊이 뿌리를 내리면 사체에서 나오는 유기물질들을 흡수해 땅의 지력이 회복된다.
공동묘지였던 곳도 집터로서는 꺼림칙하다. 공동묘지는 한국에 대한 일제의 풍수 침략의 하나로 조성됐다. 일제는 1912년 '묘지 · 화장 · 화장장에 관한 취체 규칙'을 제정해 산이나 선산에 묘를 쓰는 것을 금지시켰다. 대신 마을 단위로 공동묘지를 설치해 묻게 하거나 화장을 권장했다. 이 규칙은 공동묘지에 매장하면 공자(孔子)의 벌을 받고，화장하면 영혼이 재생하지 못한다고 믿는 풍습 때문에 몰래 장사를 지내는 암장을 유행시켰다. 공동묘지에 묻힌 사람들은 혼령이 편치 않으며 한 맺힌 귀신들은 사람에게 나쁜 짓을 한다. 1995년 수백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있었다. 그곳은 본래 공동묘지가 있던 터였다. 백화점을 짓기 위해 300여기의 묘를 이장했다고 한다. 건강한 터가 건강한 삶과 행운의 원동력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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